유전자분석을 통한 체질에 맞는 영양캡슐을 처방 받는다
14.09.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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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2014.7.30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유전자 분석기술은 뜻밖의 결과도 전해준다. 친한 친구의 유전자가 10촌 형제의 유전자 정도로 나의 유전자와 유사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식성이 비슷한 사람끼리 친구가 된다고 한다. 인체 내의 미생물 군집은 사람마다 다르며 유전자나 식습관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인체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의 유전자를 포괄적으로 해석하는 메타지노믹스 기술이 미생물의 정체를 밝히는 수단으로 새롭게 활용되고 있다. 한방에서 말하는 사상체질도 체내 미생물 군집의 특성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미생물의 메타지노믹스에 기반을 둔 식이요법이 개인별 맞춤영양캡슐을 처방하는 단계까지 발전할 조짐이다.
상대방이 특별히 가까운 친구이거나 가족같이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서로 유전자가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이 있다. 예일대학교와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1932명을 대상으로 150만 개의 유전자 신호를 조사한 결과 얻어낸 결론이다. 이 연구에선 친구들과 낮선 사람들을 구분해서 유전자 서열을 비교했다. 대부분 유럽계 인종에 해당되지만 같은 인종에서 발생하는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서 조상과 인종을 고려했다고 한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유전체를 점검해본 결과 평균적으로 친구들 사이는 10촌 형제간 정도만큼이나 유전자가 서로 비슷했다고 한다.
친한 친구의 유전자는 10촌 형제와 비슷하다 대부분 사람은 10촌 형제가 누구인지도 잘 모른다. 그런데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우리가 친척과 비슷한 사람을 배우자나 친구로 삼았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연구팀은 함께 사냥하던 유목민 시절이라면 유전자가 비슷하면 서로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로 비슷한 정도로 배고픔을 느끼므로 함께 사냥을 나갈 동료로 삼을 수 있기에 말이다. 흔하지 않은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서로 친구로 삼을 사람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선택한다니 신기할 뿐이다.
이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친한 친구 간에 가장 비슷한 점은 냄새를 맡는 후각이었다. 서로 같은 음식을 선호하고 아마도 장내 미생물도 비슷한 종류가 형성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질병에 대한 면역체계는 서로 다른 특질을 지녔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친구 중 한 명이 병에 걸려도 다른 친구는 병든 친구를 곁에서 돌봐줄 수 있는 건강을 유전자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인체에는 인간세포 수보다 10배나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미생물은 세균(bacteria), 고세균(archaea), 진핵생물(eukarya), 바이러스를 모두 포함하는데 사람마다 갖고 있는 미생물 군집(群集)이 다르다. 사람마다 미생물 군집의 구성이 아주 다양하고 환경과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 미생물 군집은 쌍둥이 간에도 똑같지 않지만 그나마 가족 사이는 타인들에 비해 서로 유사하다. 물론 일본인, 미국인, 중국인과 비교해서 한국인 사이에서 차이가 적게 나타난다. 실제로 장내 미생물 군집은 인간 유전자와 식사습관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장내 미생물들은 병원균 침입을 방어하고 면역체계를 높이며 영양분을 공급하여 인체의 대사조절에도 관여한다. 미생물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려면 각 미생물의 유전자를 분석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미생물 하나하나를 다 분석해서 미생물 종을 알아내기도 힘들지만 설령 알아낸다고 해도 인공적으로 선별해서 분석할 만큼의 규모로 배양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인체에 존재하는 전체 미생물의 유전자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메타지노믹스(범유전체학) 방법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비만을 조장하는 미생물이 있다 인간의 장내 미생물 군집은 크게 네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의간균류(Bacteroidetes), 프로테오박테리아(Proteobacteria), 후벽균(Firmicutes), 그리고 방선균(Actinobacteria)이다. 비만이 장내 미생물군집과 관계 있다는 증거는 렙틴 결핍 생쥐의 장내 미생물 군집에 후벽균이 증가하고 의간균류가 감소한다는 실험에 근거한다. 야생 쥐에 고단백 고지방 식사를 제공하면 후벽균이 증가하고 의간균류가 감소하는 변화가 발생한다. 같은 열량을 섭취한다고 해도 비만한 생쥐의 장 미생물을 투여받은 무균 생쥐가 마른 생쥐의 장 미생물을 투여받은 무균 생쥐보다 체중이 더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는 장내 미생물이 에너지 축적과 비만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다이어트 방법으로 효모(yeast) 다이어트와 효소(enzyme) 다이어트가 주목받고 있다. 효모는 발효식품을 만들어내는 미생물이다. 토양이나 물, 동물 또는 식물의 체내·외에 살고 있다. 효모가 발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물질이 효소다. 효모 다이어트는 미생물을 이용해서 음식에 함유된 당분을 분해하여 칼로리 흡수를 낮추는 작용을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효소는 단백질로 음식의 소화와 흡수 그리고 유해물질의 배설에 관여한다고 할 수 있다. 효소 다이어트는 식이효소를 장내에 공급해서 식사를 조절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각자의 체질에 더 잘 맞는 효모나 효소의 종류가 구분되어 처방될 수 있다고 본다.
한방에선 사상체질이라는 방법으로 사람들의 체질을 분류한다. 조선 말엽의 한의학자인 이제마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의 네 가지 체질로 구분되어 태어났다고 주장했다. 사상체질별로 심리상태와 병리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걸리는 질병과 위험한 질병의 종류가 다르다고 했다. 물론 체질에 따라서 같은 질병이라도 치료법과 치료약이 다르다고 했다. 약물뿐만 아니라 적응하는 음식도 달라서 한 체질에 맞는 음식이 다른 체질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상체질은 선천적이며 후천적으로 바꾸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사상체질은 서양의학에 기초한 현대의학에서 미생물 군집에 따라서 체내에서 진행되는 소화 작용이 다르고 음식의 선호도가 다르다는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다만 사상체질학에서 체질이 후천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그 당시 과학기술 수준에서 합당한 표현일지라도 현대 과학기술 수준에선 바뀔 수 있다고 하는 게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영양캡슐로 체질을 개선한다 최근 학자들은 장내 미생물 군집과 관련된 질환들을 연구하기 위해서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 군집의 조성과 특정 균들에 의한 장 대사(intestinal metabolism)를 규명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많은 연구결과가 식습관이 단기간 또는 장기간에 걸쳐 장내 미생물 군집의 조성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즉, 식이요법을 통해 장내 미생물 분포를 재구성해서 건강뿐만 아니라 특정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스위스의 식음료회사인 네슬레(Nestle) 연구진은 <아이언 맨>이라는 프로그램에 몰두하고 있다. 이 연구는 어떤 그룹이나 개인의 식단을 대상으로 영양결핍을 측정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영양분을 맞춤형으로 보충해주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영양보충은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마치 인스턴트 커피캡슐을 만들어내는 것 같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체내에 아연 성분이 부족하면 카페 라테에 시럽을 타듯이 아연 성분을 첨가한 영양 캡슐을 만들어준다고 한다. 블룸버그와 인터뷰한 에드 배트거(Ed Baetge) 네슬레 연구소장 말로는 아직은 이 기계의 정확한 형태나 기능을 결정하지 않았으며 완성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거라고 한다.
이런 영양보충제가 실제로 효과를 나타내려면 인체 내 미생물 군집에 대한 메타지노믹스가 정확하게 규명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래야 과학적 수단으로 사람에 따라서 어떤 음식물은 건강에 도움이 되고 어떤 음식물은 해로운지 규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슬레가 개발 중인 <아이언 맨>이 진정한 건강 보충 수단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다이어트 열풍이 될지 아직은 모른다. 그러나 메타지노믹스 기술이 발달해서 개인별로 인체 내의 미생물 군집에 대한 정확한 특성 평가를 해내고 이 결과를 기초로 섭취할 음식물과 피해야 할 음식물을 구별해내는 단계까지 이르게 될 것 같다. 사상체질학의 주장과 달리 음식물을 통해서 체질을 개선하고 누구나 가장 건강한 체력을 갖출 수 있는 비법을 맞춤식으로 처방받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원문링크> http://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217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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